준비한 말이 아니었다.
그냥 나왔다. 어느 순간 입 밖으로 나와버린 거다. 남자가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게 되는 순간이 있다. 그 순간들이 어떤 건지 알면 보인다.
잃을 수 있다는 게 느껴졌을 때
항상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감각이 왔을 때.
이 순간 하지 못했던 말이 나온다.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정을 끌어올린다. 있을 때 당연하게 여기다가 사라질 것 같은 순간에 진심이 가장 크게 올라오는 이유다.

평범한 순간에
특별한 날이 아닌 아무 날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.
같이 밥 먹다가, 아무 말 없이 있다가, 웃다가. 이 사람이랑 있는 게 너무 자연스럽고 좋다는 감각이 임계점을 넘을 때 말이 먼저 나온다. 준비된 고백보다 이렇게 나온 말이 더 오래 기억된다.

상대가 힘들어 보일 때
아파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을 때.
지켜주고 싶다는 감각이 극에 달하면 그 감정이 말로 나온다. 힘든 모습을 봤을 때 나온 사랑한다는 말이 가장 진심에 가깝고, 가장 오래 기억되는 이유다.

이 사람 없는 미래가 상상이 안 됐을 때
앞으로의 그림에 이 사람이 자연스럽게 들어와있을 때.
의식하지 않았는데 모든 미래에 이 사람이 있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. 그 감각이 말로 나오는 게 사랑한다는 말의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다.
처음 그 말을 들었던 순간이 어떤 장면이었는지,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신지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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