표정은 별로 안 바뀐다.
티를 잘 안 낸다. 근데 속에서는 뭔가 달라지고 있다. 실망했을 때 남자의 머릿속을 알면 그 침묵이 다르게 읽힌다.
내가 잘못 본 건가 싶다
기대했던 모습이랑 다른 면이 보였을 때.
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, 내가 너무 좋게만 봤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. 실망이 크다는 건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거다. 이 생각을 말하지 않는 건 확신이 없어서다. 한 번의 모습으로 판단하고 싶지 않은 거다.

그냥 넘어가야 하나 싶다
말해야 하는지 그냥 지나가야 하는지 고민한다.
말했다가 싸움이 될 것 같고, 말 안 하자니 찜찜하다. 이 고민을 혼자 하다가 결론을 못 내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. 넘긴 게 쌓이면 나중에 한꺼번에 나온다.

다음엔 어떨지 지켜봐야겠다 싶다
한 번으로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.
이번이 우연인지 실제 모습인지 확인하고 싶은 거다. 이 생각이 생긴 순간부터 무의식적으로 관찰이 시작된다. 말은 안 하는데 눈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.

기대를 낮춰야겠다 싶다
더 이상 이 부분은 기대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린다.
이 결론이 쌓이면 관계의 온도가 내려간다. 실망이 감정을 식히는 게 아니라 기대를 낮추는 게 감정을 식히는 거다. 말하지 않고 혼자 결론 내리는 패턴이 관계를 조용히 바꾼다.
실망했을 때 아무 말 없는 남자, 그냥 넘어간 건지 혼자 결론을 낸 건지 먼저 물어봤다면 달라졌을 것들이 있었나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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